2010. 7. 14. 22:38 으샤으샤!
우리나라에
가장 나에게 영향을 많이 준 가수라면
정태춘씨이다.

안치환씨도 좋아하고
김호철씨도 무지 좋아하지만
정태춘씨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
-셋 다 좋아한다고 하면 서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느낌이 다 다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집에 있던 LP판에서였다.
담백하면서도 애절한 그리고 좋은 노래
그리고 얼굴로는 쉽사리 호감이 안갔던 첫인상

당시 한참 좋아했었던 송창식과는 조금 다른 한국적 정서를 풍기던 가수.
시인의 마을과 탁발승의 새벽노래는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그리고 TV로 봤던 처음 모습은
누런 송아지를 부르면서 사전심의철폐 운동을 하던 모습....

한참 무럭무럭 자라나던 시절
벌벌 떨며 들었던 그의 음반
아 대한민국...

우리들의 죽음은
나에게 눈물과 아픔과 두려움과 분노와 슬픔을 주었던 최초의 노래였다.
5 18 사진집을 보던 것 같은 그 강렬한 느낌.

그리고 그를 실물로 처음 본 것은
이미 불법가수로 낙인이 찍힌 체
자신의 노래를 스스로 팔고 다디던 그 때 였다.

소도둑같은 인상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그를 처음 봤을 때
난 그의 LP를 사고 노래책을 사고
내 평생 최초로 누군가에게 사인을 받았다.

사전심의 철폐를 주장하는 그의 노래는
날이 서있고 풍자가 있고 해학이 있었다.
나 살던 고향은 라이브로 들어야 제 맛이다.
헤헤헤.

우리 학교는 그나마 축제때 정태춘씨를 부르곤 해서
그의 라이브를 현장이 아닌 편안한 분위기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제대하고서도 몇 번 더 봤던 그의 무대.

어느 순간 세월이 흘러
더 이상 자신을 부르지 말라던
그 공연과 함께 그는 대학축제 무대에서
안보이기 시작했다.

그날 후배녀석과 술 잔을 부딪히면서
도대체 무엇이 정태춘씨를
더 이상 못보게 하는 현실이 되었을까
이런 저런
자조섞인 진단을 내리며 밤을 지샜었다.

세월은 흘러
대추리 투쟁에서 다시 본 그.
그는 여전했지만
그의 노래를 즐겨 듣는 사람들은 
바뀌고 변하고 줄어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도 많은 고뇌속에서
자신을 다듬고 있는 듯 보였다.

노래하는 음유시인... 
삶을 노래하고 행동하고 투쟁하는 음유시인.

그는 첫 차를 다시 기다리고
나는  그가 기다리던 첫 차가
다시 오기를 기다린다.

그의 삶에서 여러 차례의 좌절과 배신이
역사가 흘러 지나갔다.
그 현장에 나도 있었고 그도 있었고
내가 없을 때 그는 있었다.
그리고 더 많이 지쳤었다..

그래도 그가 삶의 투쟁을 멈추지 않는 한
세상은 좀 더 나아질게다.

그리고 난 덩달아 좋은 노래도 들으면서
삶의 기준이 되는 한 사람을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을 적다가 정태춘씨가 다시 활동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행복하다. 세상은 아직 힘내야 할 일들이 많다.
posted by 끝내기